허무 2편 (어린왕자와 체인소맨에 깃든 허무주의적 관점)

독서 / ESSAY

허무 2편 (어린왕자와 체인소맨에 깃든 허무주의적 관점)

덴지와 마키마, 어린 왕자와 장미를 나란히 보며 길들임과 믿음의 어긋남을 읽는다.

작성 수정 by ivoryshi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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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작품의 관계를 비교해 보고 싶은 분을 위한 글입니다. 《체인소 맨》 1부의 중요 설정이 포함됩니다.

나이에 따라 달라진 독서

어린 왕자를 다시 읽으면서 생각난 것이 어린왕자는 10대, 20대, 30대 읽을 때마다 다르다는 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서 삶의 지향점이나 가치관, 행동 등이 다르기 때문일 텐데 이 때문인지 어린왕자가 다시 신선하게 다가온 것 같다. 분명 작품에는 어른들을 비판적으로 이야기하는데 나이가 들어 보니 어른들도 이해가 되거나, 이해됐던 어린왕자의 모습이 이해가 안되거나 했다. 등장인물이나 배경들이 내포하는 은유와 상징이 시기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도록 한 점에서 작가의 삶에 대한 통찰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또 다시 느끼게 됐다.

허무 2편 (어린왕자와 체인소맨에 깃든 허무주의적 관점)

체인소맨

체인소 맨을 함께 읽는 이유

요즘 내가 모으는 만화책은 단 하나 체인소맨이다. 앞서 1부에서 이야기했듯이 이 작품이 작금의 현대사회를 너무 잘 표현하기도 했지만 어린왕자를 최근 다시 읽고 나니 작품 해석이 새롭게 다가왔기 때문에 어린왕자와 체인소맨의 상관관계 같은 다소 어이없는 주제가 탄생하게 되었다. 체인소맨을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다들 공감하겠지만 이것은 단지 두 작품의 분위기가 상반된 것뿐 아니라 주인공 자체가 말도 안 되게 다르기 때문이다.

체인소맨 덴지와 마키마

데빌헌터가 되고 나서 자신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던 덴지가 뱉은 말은 ‘가슴’이었다. 처음에는 밥도 제대로 못 먹는 거지꼴 모면하고 직장을 구하고 나서 한다는 말이 저거라니 어이가 터져버렸었다.

주인공 덴지는 얼빠진 표정으로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인 행동만 한다. 작 중 등장하는 마인들이 본능에 충실한 외형만 인간인 점을 생각해보면 덴지는 체인소 악마와 융합하기 전부터 이미 마인 같은 수준의 뇌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화가 진행될수록 덴지의 단순함에 다른 무언가들이 추가되면서 덴지의 성격도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덴지와 마키마, 왕자와 장미

내가 오랜만에 어린왕자를 보고 체인소맨이 떠오른 것은 작중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내게 어린 왕자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덴지는 어린왕자, 마키마는 장미. 둘의 머리색 뿐만이 아니라, 둘의 관계도 이와 비슷하다.

허무 2편 (어린왕자와 체인소맨에 깃든 허무주의적 관점)

어린왕자에서 별은 마음의 공간 혹은 내면 등을 상징하는 것과 같은데 어린왕자의 별에도 다양한 꽃들이 피어나긴 했었다. 하지만 그 꽃들은 피고 지고를 반복 하다 어느 날 알 수 없는 곳에서 씨앗이 날아와 장미가 피어나게 된 것이다.

무례하고 겸손하지 못하게 하품을 하며 말을 시작한 장미는 대뜸 식사부터 찾는다. 꽃이면서 바람이 싫다고 억지 기침을 해대는 장미를 위해 바람막이를 해주는 왕자는 꽃을 좋아하지만 꽃을 믿지 않게 돼 버린다. 정확히 말하면 믿지 못하게 돼 버렸다. 장미가 무심코 뱉아버린 말들을 어린왕자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결국에 불행해져버렸다. 그리하여 어린왕자는 장미를 떠나버린다.

이와 비슷하게 덴지와 마키마는 처음에는 주종의 관계로 시작하게 된다. 들개 같은 덴지를 마키마가 ‘길들이고’ ‘지배’하고자 한다. 이는 마키마가 덴지가 아닌 체인소 악마를 사랑하기 때문이었는데 이에 대한 것은 다음 3부에서 스포 가득으로 풀어내고자 한다. 무튼 체인소맨에게 집착하는 마키마의 계략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덴지 또한 한 인간이었으며, 덴지에게도 소중한 다른 것들이 생겨나게 되며 마키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처음에는 마키마의 가슴을 만지고 마키마의 사랑만을 원했던 덴지였지만 그런 그도 의문이 커지고 벗어나게 된다. 마치 어린왕자와 장미처럼.

말보다 행동을 읽는 일

이런 관계가 단지 어린왕자 같은 소설이나 체인소맨 같은 만화에서 뿐만은 아니다. 많은 창작물은 작가 삶의 경험과 연결되어 창작되는 것이니 우리의 삶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아무리 악마를 체인소로 썰어 버리며 피와 살점이 난무하는 만화여도 작가와 삶의 계약은 밀접한 것이다. 그래서 창작의 고통은 삶의 고통과 연관되고 계약되어 있으니 작가들이 괴롭나 보다.

왕자는 장미를 떠나 1년 동안 세상을 돌며 다양한 ‘이해가 안 되는 어른’들을 보았다. 그러면서 장미를 걱정하지만 발을 멈추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어린왕자는 자신이 꽃을 좋아하면서도 믿지 못하고 불행해져 버렸을 때를 떠올리며 말한다.

나는 그때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던 거야. 그 꽃이 하는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판단해야 했어.

~ 하지만 그때 나는 너무 어려서 그 꽃을 사랑할 줄 몰랐던 거야.

어린왕자 中

1년의 시간 동안 돌아갈 수 있었음에도 돌아가지 않고 긴 방랑의 끝에 얻은 왕자의 답이었다.

비교 감상
《어린 왕자》가 《체인소 맨》에 직접 영향을 주었다는 근거를 제시하는 글은 아닙니다. 인물들의 관계에서 필자가 발견한 닮은 점을 따라갑니다.

연재 이어 읽기

허무 1편 (어린왕자와 체인소맨에 깃든 허무주의적 관점)
허무 3편 (어린 왕자와 체인소맨에 깃든 허무주의적 관점) (스포有)
허무 4편 (어린왕자와 체인소맨에 깃든 허무주의적 관점)
허무 5편 마지막 (어린왕자와 체인소맨에 깃든 허무주의적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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