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 만의 귀환, 아르테미스 2가 쏘아올린 것들 1부
반세기 만에 달로 향한 네 사람과 첫 유인 오리온 시험 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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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스 2의 배경과 승무원, 비행 순서를 처음 살펴보는 분.

한국시간 2026년 4월 2일 오전 7시 35분,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 발사대 39B에서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880만 파운드(약 4,000톤)의 추력. 그 힘이 4명의 인간을 실은 캡슐을 초기 지구 궤도로 올리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8분 남짓이었다. 인류가 마지막으로 이 방향을 바라본 건 1972년이었다. 54년이 지났다.

SLS (Space Launch System)
아폴로의 끝과 아르테미스의 시작
1972년 12월 14일, 아폴로 17호 우주인 유진 서넌이 달 표면에서 마지막 발자국을 남기며 사다리를 올랐다. 그가 남긴 말은 이렇다: “우리가 왔던 것처럼 떠나며, 신의 뜻이라면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 하지만 그 약속은 반세기 동안 지켜지지 않았다.
달 착륙 경쟁의 열기가 식고 미국의 정책 우선순위가 바뀌면서 아폴로 예산도 줄었다. 아폴로 계획은 막대한 예산 앞에 조용히 종료되었고, 달은 다시 인류의 시선 너머로 멀어졌다. 그 사이 세계는 바뀌었다. 소련이 무너지고, 중국이 우주로 나섰고, 민간 기업들이 로켓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르테미스(Artemis)는 그리스 신화에서 아폴로의 쌍둥이 여신이자 달의 신이다. 이름 자체가 역사에 대한 의식적 참조다. 아폴로가 끝난 곳에서 아르테미스가 시작된다.
비행 개요
1972년 이후 첫 유인 달 근접 비행. 총 비행 약 9일 1시간 32분.
지구로부터 최대 약 406,771km. 발사 추력 880만 파운드(약 4,000톤힘).
이번에는 누가 가는가
아르테미스 2의 오리온 우주선 이름은 “인테그리티(Integrity, 진실성·무결성)”다. 네 명의 승무원이 그 이름을 달고 달을 향한다. 이들이 만들어낼 기록들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우주 탐사가 반세기 동안 얼마나 좁은 인구 집단의 전유물이었는지를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Commander
Reid Wiseman
사령관 · 미국
최고령 저궤도 이탈 기록
전직 해군 테스트 파일럿. 2014년 ISS에서 165일을 보냈다. 이번 미션에서 인류 사상 최고령으로 지구 저궤도를 벗어나는 기록을 세운다.

Pilot
Victor Glover
파일럿 · 미국
최초의 유색인종 심우주 탐사
2020년 SpaceX 크루드래곤으로 ISS에 168일 체류, 4번의 선외활동. 흑인 우주인으로는 처음으로 저궤도 너머 심우주에 진입한다.

Mission Specialist
Christina Koch
미션 스페셜리스트 · 미국
최초의 여성 달 근접 비행
ISS 연속 체류 328일로 여성 기록을 세웠다. 2019년 제시카 메이어와 함께 여성만으로 구성된 최초의 선외활동에 참여했다.

Mission Specialist
Jeremy Hansen
미션 스페셜리스트 · 캐나다
최초의 비미국인 달 근접 비행
캐나다 공군 CF-18 전투기 조종사 출신. 이번이 첫 우주 비행이다.

반세기 만의 유인 달 탐사가 더 많은 사람에게 달을 갈 수 있는 곳으로 느끼게 해주길 바란다.
아폴로와 다른 점: 착륙하지 않는 이유
많은 사람이 혼동한다. “달에 가는 것”과 “달에 착륙하는 것”은 다르다. 아르테미스 2는 달에 착륙하지 않는다. 대신 달의 뒷면을 돌아 지구로 귀환하는 자유귀환 궤도(free-return trajectory)를 따른다.
이 방식은 1970년 아폴로 13호가 폭발 사고 이후 지구로 귀환하던 방법과 같다. 달의 중력을 이용해 궤도를 꺾어 자연스럽게 지구 방향으로 되돌아오는 원리다. 착륙을 하지 않음으로써 오리온 우주선의 생명유지장치, 통신 시스템, 심우주 환경에서의 승무원 반응 등 실제 인간이 탑승한 상태에서의 모든 변수를 검증하는 것이 이번 미션의 핵심이다.
아르테미스 2는 시험 비행이다. NASA가 2026년 개편한 계획에서 아르테미스 3은 2027년 지구 저궤도 도킹 실증, 아르테미스 4는 2028년 달 착륙을 목표로 한다. 1968년 아폴로 8호가 달을 공전하며 후속 착륙을 준비했던 것처럼, 이번 비행도 다음 단계에 필요한 경험을 쌓는 과정이다.
일정 2026년 NASA 개편 계획을 반영했다. 후속 비행 연도는 확정된 성과가 아닌 목표다.
로켓과 우주선: SLS와 오리온
이번 발사에 사용된 로켓은 SLS(우주발사시스템, Space Launch System)다. 높이 98미터, 아폴로 시대의 새턴 V 이후 인류가 만든 가장 강력한 유인 우주 발사체다. 4개의 RS-25 엔진(스페이스 셔틀에 사용되던 바로 그 엔진)과 양쪽에 달린 고체 추진 부스터가 발사 순간 880만 파운드의 힘을 내뿜는다.
승무원이 탑승한 캡슐은 오리온(Orion)이다. 이것이 실제 사람을 태우고 비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22년 아르테미스 1에서는 마네킹을 실어 무인 비행 테스트를 마쳤다. 지구 대기권 재진입 시 시속 4만 km(음속의 약 32배)의 속도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열 방패, 심우주 방사선에 노출되는 승무원을 보호하는 시스템, 달까지 왕복할 생명유지장치가 모두 이 캡슐 안에 있다.

오리온 구성
약 열흘간의 항로
D+0 · 4월 1일
발사 및 지구 궤도 진입
현지시간 오후 6시 35분 (한국시간 4월 2일 오전 7시 35분) 발사. 주 엔진 분리 후 오리온이 지구 타원 궤도에 안착. 코흐와 핸슨이 생명유지장치 점검을 시작한다.
비행 1~2일 차 · 4월 1~2일(미 동부시간)
근접 기동 시연 및 TLI 준비
첫날 ICPS를 표적으로 수동 근접 기동을 시험하고, 둘째 날 달 전이 분사(TLI)를 수행했다.
4월 2~6일(미 동부시간)
달을 향한 4일간의 항행
TLI 이후 달을 향해 비행했다. 자유귀환 경로를 따르되 필요한 궤도 수정도 수행했다.
비행 6일 차 · 4월 6일(한국시간 4월 7일)
달 뒷면 통과 · 역대 최원거리 기록
달 표면에서 약 6,545km 떨어진 지점을 통과했다. 지구로부터 최대 거리는 약 406,771km였으며, 달 뒤에서는 지구와 통신이 끊겼다.
비행 10일 차 · 4월 10일(한국시간 4월 11일)
태평양 귀환 스플래시다운
대기권 재진입. 시속 4만 km의 속도로 열 방패가 가동된다. 태평양에 착수, 회수 작전 개시.
왜 지금인가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단순한 과학 탐사가 아니다. 중국이 달 남극에 기지를 건설하겠다고 선언하고 독자적인 유인 달 탐사를 준비하는 시점에서, 미국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노골적인 지정학적 맥락을 가진다. 누가 달에 먼저 발을 딛느냐는, 누가 다음 반세기의 심우주 자원과 규칙을 주도하느냐의 문제와 연결된다.
동시에 이 미션에는 그 경쟁 구도와는 결이 다른 무언가가 있다. 최초의 흑인 심우주 탐사자, 최초의 여성 달 근접 비행자, 최초의 비미국인 달 임무 참여자. 아폴로 시대에 달을 걸었던 12명의 인간이 모두 백인 남성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이 네 명의 구성은 단순한 다양성 캠페인이 아니라 우주 탐사의 주체가 확장되었다는 실질적 선언처럼 보인다.
아르테미스 2 연재 1부 | 2026. 04. 02
다음 편: 우주에서 보낸 첫 며칠